Astro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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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9-30 20:36
  월간에세이 ( 한장의 사진 )  
  Name : astronavi Hit : 4,505  
도심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뿌옇다. 어떤 날은 매캐한 냄새까지 난다. 밤하늘은 어둡지 않은 지 오래 되었고 별은 인공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지구에서 가장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국의 동해안이 지척이고, 또 그곳과 같은 편서풍대에 있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나 같은 천체사진가로선 참으로 암울하고 침통한 일이다. 못 살던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인공 불빛이라도 적어서 밤하늘의 별은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밤에 밥 얻어먹으러 돌아다녔던 한식(寒食)이 그랬고 뒷산 소나무 껍질을 주어다가 쥐불놀이하던 정월 대보름이 그랬고 모기장 하나 들고 밖에 나가 자던 여름밤이 내내 그랬었다. 그 흔했던 추억은 이제 우리 아이들과 공유할 수 없는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천체사진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별빛을 산다. 서울로부터 또는 부산으로부터 광주로부터 멀어져 어두운 밤하늘을 찾아간다. 한국에서 어두운 하늘이라면 강원 북부 일부와 경북 일부 아니면 전라북도 산중 정도라서, 별을 보기 위해 먼 곳까지 시간과 발품을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편서풍이 잠잠해지고 기압 배치가 바뀌는 늦가을에는 주말에 몇 번 별 보기 좋은 기회가 생긴다.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이 상큼한 밤공기를 가르는 상상을 해보자. 수많은 별 사이로 떨어지는 별똥별, 남쪽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를 상상해도 좋다. 그 아래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어느 천문학자의 수필집을 들여다보며 우주와 우리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내게 그 시간은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자 1,500cc 내 작은 뇌 속에 우주와 그 억겁의 시간과 공간이 들어앉는 순간이다. 대서사시와도 같은, 찬란한 우주여행의 시작이다.

지구에서 가장 별 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정상이나 미국 뉴멕시코 또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건조한 사막, 아니면 서호주의 아웃백 등이 손꼽힌다. 모두 나 같은 별지기들이 꿈꾸는 맑은 하늘을 가진, 연중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곳이다. 청정일 수, 대기의 안정도, 높은 해발고도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 중에서도 첫손으로 꼽는 곳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문대들이 들어서 있으며 일 년 중 340일이 맑고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 고원사막이다.
안데스 고원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과는 완전히 정반대 편에 있으며 비행시간만 30시간에 육박한다. 그 아타카마 사막에서 밤하늘의 모습을 담았다. 지금까지 감행한 ‘별 따라간 지구여행’ 중 가장 먼 곳이라 할 수 있다. 습도는 상상할 수 없이 낮고 대기는 가벼우며 하늘은 짙푸르러서 밤만 되면 하늘이 별빛으로 가득 찼다. 나 같은 별지기에게는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 같아서, 어쩌면 지구를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돌아와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첫 사진의 디지털 현상을 시도한다. 아름답다. 화면에는 수많은 색색의 별들과 아스라한 성운들 그리고 별 탄생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남반구의 하늘에서는 북반구에서 볼 수 없는 밤하늘의 보석들을 만날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남반구의 별자리인 제단자리에 위치한 NGC6188 성운, NGC6193 성단이다. 사진 중앙부의 푸르고 밝은 별 두 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별무리가 산개성단 NGC6193이고, 좌측에 이 별빛을 받아 빛나는 붉은 색의 성운이 NGC6188이다. 지구로부터 4000광년 거리에 있는, 활발하게 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별 생성의 매개가 되는 성간물질이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젊은 별들로부터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구간이다.
성운 중앙부의 밝고 푸른 별은 엄청난 크기와 표면 온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NGC6188의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 이 별들은 태양보다 10~50배의 질량과 약 10만 배의 밝기를 지닌다. 이 별들의 에너지 복사가 성운의 밀도 높은 지역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국 별을 만들어 내는 에너지원이 된다. 별들의 탄생과 죽음. 우주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인 셈이다.
사진의 좌측 중앙에서 약간 위에 위치한 NGC6164는 초신성 폭발 후의 대칭으로 뻗어가는 잔해가 특징인 행성상 성운이다. 사진의 대각선 화각은 거리상 대략 300광년 정도의 지역으로 별의 탄생과 진화의 모습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남반구 밤하늘의 보석 같은 일부라 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으로 별빛 따라간 여행에서 잡아낸 저 생동감 넘치는 밤하늘이 또다시 나를 신비한 우주여행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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